예술과 광고 속의 개

예술과 광고 속의 개

개는 인간과 친밀해진 이후 그림, 조각, 태피스트리, 사진, 회사 로고의 모델이 되어 존재감을 과시해 왔습니다. 개는 거의 모든 표현 수단을 통해 주인이나, 개를 그리는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말없이 전달하고, 여러 시대의 생활양식과 취향을 반영해 왔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개를 좋아하고 예술 주제로 개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단체에서는 개의 변함없는 매력을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활용했습니다.

 

 

개를 그리다

개를 가축으로 활용한 역사는 예술의 발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초로 개를 그린 모습은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바위에 사냥 보조로 그려진 그림으로, 전문가들은 5,000년 도 더 된 것으로 봅니다. 고전시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사용했던 사냥견은 현대의 그레이하운드와 흡사하며,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 아르테미스 여신(로마 신화에서는 다이애나)을 따르는 모양으로 멋지게 조각했습니다. 고전시데에서 가장 유명한 개는 사실 사냥견이 아니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발견된 사납고 사슬에 묶인 경비견입니다. 시대가 지나고 중세 태피스트레에는 날씬한 사냥견이 사슴과 유니콘을 쫓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영국의 노르망디 정복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에는 배경 위주이기는 하지만 개가 35마리나 등장합니다. 18세기에는 폭스하운드 떼가 맹렬히 짖는 모습을 그리다가, 19세기에는 남성 사이에서 유행한 사냥클럽에서 힘없이 늘어진 사냥감을 턱에 물고 있는 조렵견을 그리는 등 사냥견을 주제로 한 그림이 계속되었습니다.

 

19세기에 개를 일반 가정의 구성원으로 여기기 전까지는 귀족의 애완견이나 리본 장식을 한 어린 자녀의 팔에 안긴 모습 등 부유층이 의뢰한 초상화에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개는 호감 여부와 상관없이 삶의 일부로 흔하게 그려졌습니다. 윌리엄 호가스(1697-1764)는 자신의 자화상에 퍼그 종인 애견 트럼프를 함께 그려서 사회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호가스의 그림은 개가 음식물 쓰레기를 훔치거나 다리를 들어 소변을 보는 등 당시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개의 행동을 담았습니다.

 

18세기 말에는 조지 스터브스 같은 화가들이 개 자체를 주체적인 대상으로 보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개라는 주제에 더욱 감상적으로 접근했습니다. 특히 에드윈 랜드시어경(1802-1873)은 자기를 희생하는 뉴펀들랜드나 당돌한 테리어, 우아한 디어 하운드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미덕과 감성을 표현했습니다.

 

세계 명화 중에는 개가 한두 마리 포함된 그림이 있으며,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초현실 주의, 모더니스트 화가들은 다양한 형태로 개를 해석했습니다. 르누아르는 무릎에 앉은 개, 산책하는 개, 소풍 나온 개 등 셀 수 없이 많은 개를 그렸습니다. 르누아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뱃놀이>(1880-1881)의 전경에는 다른 인물들과 함께 작은 강아지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피에르 보나르(1867-1947)도 개를 즐겨 그렸던 예술가입니다. 그는 주인 없는 개에서 가족 애완견에 이르기까지 개를 생생한 캐릭터를 가진 존재로 그렸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그림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이해 불가능한 상징물로 개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달리의 <나르시스의 변형>(1937)에서는 죽음과 부패를 의미하듯 굶주린 사냥견이 시체를 씹어 먹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초현실주의 화가인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 개>(1926)에서는 만화처럼 그려진 개가 무심하게 떠 있는 달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개 애호가인 피카소는 애완견 럼프를 간단한 스케치로 그려 닥스훈트의 특징을 잘 잡아냈습니다. 이 작품은 특유의 간결하고 우아한 선으로 피카소의 인기작이 되었습니다. 루시안 프로이트는 자신이 아끼는 휘핏 종의 엘리와 플루토를 강렬한 인물화에 여러 번 그려 넣었으며, <흰 개와 있는 소녀>(1950-1951)에서는 프로이트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여성 모델과 함께 불 테리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상업모델

개의 매력은 상업광고에서도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예술가들이 가끔 상징적으로 개를 그렸듯이, 마케팅 매니저들도 개를 통해 의도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강하고 믿음직한 불독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큼직하고 풍성한 개로 가족용품을 소개하고, 작고 복슬복슬한 품종의 이미지를 활용해 미용제품을 광고했습니다.

 

광고 모델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개는 HMV(His Matster’s Voice, 주인님의 목소리) 음반회사에서 1899년 이래 로고로 사용된 니퍼라는 테리어 종입니다. 태엽 방식 축음기의 나팔 속을 뚤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니퍼는 HMV 음반 회사가 1899년부터 로고로 사용한 이래 신기술이 출현한 21세기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스카치 위스키 상품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한 검은 스카티와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도 1890년대부터 오랜 인기를 누렸습니다.

 

상업용 방송이 시작되면서 개는 페인트 통에서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TV화면 속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광고했습니다. 굴러다니는 화장지 사이로 뛰어놀며 화장지 광고 마스코트로 활약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만 해도 1970년 이후 수백 마리는 됩니다. 물론 개 용품 판매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개들은 눈을 반짝이고 깡충깡충 뛰며 수많은 캔과 포장 사료가 얼마나 맛있는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TV 광고는 ‘헨리’라는 블러드하운드가 그저 앉아서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전부였습니다.

 

패션 영역에서도 ‘귀여우면 팔린다’는 점에서 개를 활용했습니다. 오트쿠튀르를 입은 늘씬한 모델 옆에서 또는 고급 제품 광고에서 개는 액세서리 역할로 그만입니다. 오늘날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패션 잡지에는 퍼그와 치와와가 디자이너가 제작한 비싼 보석을 목에 걸거나, 고가의 핸드백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 가득합니다.

 

(내용출처: DK개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