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신화, 문화 속의 개
인류 문명이 도래하기 전부터 개와 인간이 맺어 온 관계를 고려하면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개와 인간의 강한 문화적 연결고리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개는 물질 세계에서 인간을 섬기는 존재에서, 영적 세계의 경계를 넘어 천국과 지옥을 섬기는 존재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리고 인간과 개의 유대감이 애정과 충직함으로 더욱 발전함에 따라 개는 그들만의 개성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중문학과 오락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종교 속 개
전통적으로도 무언가를 보호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던 개는 자연스럽게 각종 신념체계에서 수호자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무덤 속 그림과 상형문자에서 개는 자칼의 머리를 하고 저승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아누비스 신과 관련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개가 종요적인 의미를 가졌던 증거로, 고전기 마야 문명(300-900) 매장지에서 발견된 조각상과 미라에는 사후세계에서 주인의 영혼을 인도하도록 개를 함께 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스테카 문명(14-16세기)에서는 개 형상의 도기를 시체와 함께 묻었는데 이때 개는 종교적 의식의 제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 사자상이라고도 불리는 복견은 사자머리 형상이 수호자의 의미를 지니며 여러 불교사원의 입구에서 관찰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믿는 주요 종교에서는 개를 천하게 여기고 더러운 존재로 보고 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도와 네팔 일부 지역에 있는 힌두교도는 개를 천국의 문을 지키는 존재이자 비슈누신과 연관된 존재로 여깁니다. 비슈누 신을 따르는 네 마리 개는 고대 힌두 경전인 네 가지 베다를 상징합니다. 이들은 매년 열리는 종교 축제에서 꽃 장식 목걸이로 개를 꾸미고 성스러운 붉은 표식(티카)을 이마에 찍습니다.
신화와 전설 속 개
충직하면서도 무서운 개의 모습은 오랜 세월 동안 모든 나라에서 고전 신화와 전설, 설화에 등장했습니다. 그 중 가장 충직한 개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의 사냥견으로 20년 동안 주인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마지막으로 꼬리를 흔들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가장 무시무시한 개는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머리가 3개 달린 케르베로스로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마지막이자 가장 위험한 상대였습니다.
유령견이라는 개념은 초자연적인 이야기에서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나쁜 개 이야기는 북미와 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 민간 설화의 단골 손님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크고 시커먼 귀신 개는 공동묘지나 외딴 교차로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존재입니다. 유령견은 바르게스트(Barghest)나 그림(Grim) 등 지역별로 명칭이 달랐습니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 속 강인한 여주인공 제인 에어는 어둡고 인적이 드문 길에서 영국 북부지방의 유령견 가이트래시를 목격한 줄 알고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꼈습니다. 검은 개의 전설이 나오는 아서 코넌 도일 경의 <바스커빌 가문의 개>(1901)는 영국 다트무어 지방을 배경으로 눈에서 불을 뿜는 공포의 사냥견에 관한 괴이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문학 속 개
사람들은 2,000년 동안 개를 소재로 글을 썼지만, 초기에는 사역견, 특히 사냥견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지침서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기원전 500년경에 쓰인 이솝 우화처럼 많은 개가 소설 속에 등장했지만, 이마저도 그리스 도덕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 탐욕, 우매함 같은 연약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개를 활용했습니다. 몇 세기가 지난 후에야 개는 인간에게 애완동물, 반려동물이 되었고, 그들만의 개성을 가진 존재로 대접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셰익스피어의 <베로나의 두 신사>(1592)라는 작품에 ‘크랩’이라는 개가 등장했습니다. 개 주인인 하인 랜스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개”였습니다. 이 무정한 사냥견은 연극 무대에서 진짜 개를 등장시켜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역할이었을 뿐 인간의 소중한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개가 나오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대부분 헌신이 주요 속성으로 등장했습니다.
더욱 대중적인 장르로는 약 100년 전에 잭 런던이 쓴 <황야의 부르짖음>(1903)과 <늑대 개>(1906)가 있으며, 작중 일부 내용은 개의 관점에서 화끈한 액션을 곁들였습니다. 일부 잔혹한 내용에도 두 작품은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따뜻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들 중에서는 슬픈 눈을 가진 뉴퍼들랜드 종 나나가 <피터팬>에 등장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나는 학교와 욕조를 오가며 달링 가족 아이들을 돌봅니다. 194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 에니드 블라이튼이 쓴 <페이머스 파이브>연작에서 다섯 번째 멤버로 나오는, 털이 긴 잡종견 티미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존재입니다. 그 외 충직한 개로는 소년 탐정 틴틴의 조수로 활약하는 흰색 테리어인 스노위,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도로시의 애견 토토가 있습니다.
영상화 속 개
20세기 이후 개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큰 히트를 쳤습니다. 운 나쁜 플루토, 귀하게 자란 레이디와 떠돌이 개 트램프, 101마리 달마시안 등 월트 디즈니의 만화에 나온 개들은 수십 년 동안 많은 팬을 거느렸습니다. <레시>, <올드 옐러>, <빅 레드>, <머나먼 여정> 등 현실적인 개의 모습을 담은 영화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주목을 받았던 ‘크랩’처럼, 여러 훌륭한 코미디 배우나 주연 배우보다 함께 출연한 견공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터너와 후치>(1989)에서 슬픈 표정으로 경찰 조사를 돕는 마스티프, <말리와 나>(2008)에 나오는 사고뭉치 래브라도 리트리버, <아티스트>(2011)에서 시선을 끈 잭 러셀 테리어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내용출처: DK개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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